“과학 저술, 깊은 울림이 있어야”

웹 저널 ‘크로스로드’ 창간 10주년 좌담회

웹 저널 ‘크로스로드’가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며 좌담회를 개최했다. ⓒ 김의제

웹 저널 ‘크로스로드’가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며 좌담회를 개최했다. ⓒ 김의제

국내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주소를 짚고,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모았다.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 웹진 ‘크로스로드’는 16일 창간 10주년을 맞아 과학커뮤니케이션 좌담회를 개최했다.

‘어떻게 과학을 잘 전달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좌담회는 손승우 한양대학교 응용물리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토론자에는 국형태 한국물리학회 물리학과첨단기술 편집위원장,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학과 교수,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이은희 과학저술가,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한성봉 동아시아 출판사 대표(가나다 순)가 참여했다.

크로스로드가 10주년을 맞이했다. 초창기 목적을 어느 정도 실현했나?

김승환 이사장: 10년 전 크로스로드는 과학과 사회의 소통, 과학의 미래와 인류의 비전을 고민 속에서 탄생했다. 크로스로드는 과학을 다루는 출판에서 한 단계 나아가 사람들에게 여운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 독자들이 글을 읽고 난 뒤에도 기억 속에서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매체가 되고 싶었고, 10년 동안 이를 잘 해내 왔다고 생각한다.

국형태 교수: 크로스로드는 초창기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당했다. 도대체 왜 ATCTP에서 웹진을 만드냐는 질타가 심했다. 그럼에도 크로스로드는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홍보지의 차원을 넘어 ‘과학’을 알리는 매체가 되고자 했다.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열성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노력으로 크로스로드가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저널리즘, 강연, 교육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바는?

윤신영 편집장 : 과학기사를 쓰다보면 ‘독자가 누구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대개 과학전문가나 일반인을 생각하는데, 문득 ‘과학을 정말로 좋아하는 독자들은 어디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분야가 정형화된 틀을 갖고 있다. 해외는 우리나라보다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커뮤니케이터들이 있다. 과학자, 일반인 구분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과학을 잘 전달한다. 물론 국내에서는 아직 커뮤니케이터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적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방식과 개성을 갖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변화해야 한다.

김상욱 교수: 과학자들이 커뮤니케이터로서 기초적인 부분부터 차근차근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양자역학을 전공했지만 강연을 할 때면  ‘F=ma’, ‘지구가 태양을 왜 돌고 있는지’ 등의 상대적으로 기초적인 부분을 설명한다. 과학자들이 새롭게 발견한 연구결과를 강연했을 때보다 관객의 이해가 빠르고, 강연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기본적인 지식에 충실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갖춘다면, 대중들에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울림을 전달할 수 있다.

이은희 작가 :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게 과학을 강연해오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바로 ‘일반화를 위한 과학’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실 강연을 막 시작했을 때는 스스로 ‘전문가가 아닌데 내가 자격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강연의 주제를 ‘과학자들은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여 발명을 하게 됐는지’, ‘우리가 문제에 당면했을 때 과학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의 내용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어떠한 사건과 발명의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것 보다 청중이 과학을 ‘내 것’이라고 느낄 수 있게 앞장서고 싶다.

국내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현주소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상욱 교수: 최근 크로스로드 10주년 기념으로 과학 분야의 고전을 뽑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과학 분야는 인문학과 달리 고전을 선정하는데 논쟁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다수가 인정하는 공통적인 과학고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인문학에는 전문가와 철학자가 대중들을 위해 저술한 책이 많은데 반해, 과학은 집필의 방식이 대부분 논문이기 때문이다. 논문은 용어와 내용적인 측면에서 일반인들이 즐기기 쉽지 않다. 이 둘의 중간역할을 할 수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함을 또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은희 작가 : 13년 전 과학서적을 집필하면서 과학 커뮤니케이터 쪽을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소문한 끝에 해당 대학원에 들어갔지만, 학생들이 교수를 직접 찾아가 강의를 부탁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바뀐 것 같지 않다.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해 학문적, 전문적으로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션을 이어나가려면 후속 세대가 필요하다. 그들을 어떻게 양성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김승환 이사장 : 커뮤니케이터의 양성은 사실 오래된 숙제다. 우리나라는 과학문화의 전문성을 가진 커뮤니케이터가 턱없이 부족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이것은 커뮤니케이터에서 크게 비중을 차지하는 과학자들이 젊었을 때는 연구에 몰입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야하는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과학을 잘 전달하기’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은?

한성봉 대표 : 출판계의 흐름에서 보면, 과학은 다른 분야와 융합할 때 대세가 된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들도 같은 맥락에서 ‘융합’으로 무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과 문화를 엮는 다면, 굉장히 많은 주제를 갖고 다양한 글들을 쓸 수 있다.

국형태 교수 :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수가 늘어나려면 사회·구조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과학자들은 연구결과로 성과를 인정받기 때문에 그 외 활동은 큰 부담으로 느낀다. 때문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활동을 하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또 과학자들은 전문지식을 전달할 때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김상욱 교수 : 과학자 외에도 교육자, 저널리스트 등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동안 학생들에게서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해 과학자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을 때면 학위를 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모습이 과학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책, 팟캐스트 등을 통해 학위를 따지 않더라도 커뮤니케이터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분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궁금해 하고, 과학자들이 전하고 싶은 사항들을 콕콕 집어서 잘 설명해 나가는 모습이야 말로 커뮤니케이터로서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본다.

(4041)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