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년 맞은 과학 웹저널 ‘크로스로드’

과학자들이 전공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

‘과학’을 ‘문화’로 이끌어온 웹 저널 ‘크로스로드’가 창간된 지 10주년을 맞았다. 크로스로드는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 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가 2005년 10월 1일 창간한 웹 저널이다.

크로스로드는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 앞장서서 ‘융합’과 ‘통섭’의 문화가 뿌리내리게 하는 데 기여해 왔다. 과학자들이 전공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문학 예술 인문학 등 다른 분야 전문가와 더불어 대중과 ‘소통’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며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크로스로드 홈페이지의 초기 화면. ⓒ 크로스로드

크로스로드 홈페이지의 초기 화면. ⓒ 크로스로드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위한 비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크로스로드는 창간 이후 수많은 과학특집, 에세이, 칼럼, SF소설, 아시아의 창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게재했다.

물리학자 음악가 만화가 영화감독 등이 만나는 ‘융합 워크숍’

크로스로드에 게재된 다양한 글은 나중에 모아져 책으로 나왔다. ‘보이지 않는 세계’(이강영•2012), ‘세상 물정의 물리학’(김범준•2015) 등 전문가가 일반인을 위해 전문 용어를 쓰지 않고 쉬운 일상어로 쓴 재미있는 과학 도서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시중의 과학독서 열기를 높였다.

10년 활동의 후반기에 들어와서는 크로스로드의 활동 반경이 더욱 넓어졌다. 2011년부터 오프라인에서 과학과 문화예술계를 이어주는 융합 워크숍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다.

융합 워크숍은 2011년 12월 9일 포항공대 APCTP에서 첫 모임이 열렸다. 물리학자와 SF소설가가 ‘초광속입자’에 대해 각각 발표를 하고 만화가, 작가, 과학자, 평론가 등 10여 명이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이 융합 워크숍은 소백산천문대 모임을 통해 발전•확산됐다. 2012년 4월 시작된 2박3일간의 소백산천문대 워크숍에 이어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이 워크숍에는 시인, 소설가, 물리학자, 천문학자, 음악가, 만화가, 영화감독, 시나리오작가, 배우, 연출가, 평론가, 문화예술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연인원 150명 이상 참가했다.

‘과학토크쇼’ ‘과학수다’ ‘SF특강‘ 등 새로운 시도

이후 크로스로드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이 과학과 문화예술을 결합한 기획 행사 ‘과학토크쇼’ ‘과학수다’ ‘SF특강‘ 등 여러 형태를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SF에 관련해서는 크로스로드는 국내에서 유일한 무대로 꼽힌다. 2005년 10월부터 SF 중단편을 게재할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해 SF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데 기여했다. 등단한 SF 작가가 58명으로 국내 SF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한 셈이다.

소백산천문대에서 열린 과학과 문화 예술의 융합 워크숍. ⓒ 크로스로드

소백산천문대에서 열린 과학과 문화 예술의 융합 워크숍. ⓒ 크로스로드

지금까지 크로스로드에 실린 SF는 중단편 합해 118편. 그 일부는 한국 창작 SF앤솔로지 5권으로 출판됐다. 지난 9월 12일(토)에는 ‘크로스로드 10주년 기념 SF 페스티벌’을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개최했다. SF소설 118편을 전시해 관람객이 모바일로 접속해 읽을 수 있도록 했고, 북마임 공연, SF전문가 대중강연, 작가 포럼, 독자와 작가의 만남 등의 교류 행사를 가졌다.

크로스로드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체계적으로 교육시켜 배출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해왔다. 14기에 걸쳐 300여명에 이르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가를 배출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 스쿨’이란 이름으로 매년 전후반기로 나눠 방학기간 동안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되고, 이공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과학 글쓰기와 프리젠테이션 집중 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 2월 열린 과학커뮤니케이션 스쿨. ⓒ 크로스로드

올해 2월 열린 과학커뮤니케이션 스쿨. ⓒ 크로스로드

16일 ‘10주년 기념 과학커뮤케이션 좌담회’

크로스로드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내일(16일) 오후 5~7시 한국과학창의재단 스카이라운지에서 국내 과학 커뮤니케이션 관계자를 대상으로 ‘10주년 기념 과학커뮤니케이션 좌담회’를 갖는다. 또 올해 안에 10주년 기념 ‘네트워크의 밤’ 행사를 가질 때 과학 고전 50권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크로스로드의 창간은 당시 소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러플린 박사의 과학과 삶에 대한 철학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9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러플린 소장은 2004년 APTCP 소장으로 부임했을 때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연을 탐구하는 센터에도 피아노 연주소리가 울려 퍼져야 좋다. 과학과 예술은 비슷하다. 과학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고 예술은 사람의 본성에 들어가 사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 자유스러움도 과학적 진보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나 자신이 오늘날까지 과학적 탐구를 할 수 있도록 떠받쳐 온 원동력은 바로 예술적 감정이다. … 내가 세상에 새로운 발견을 내놓았다면 바로 이런 태도 덕분일 것이다.”

크로스로드의 초대 편집주간은 정재승 KAIST 교수가 맡았고, 이어 2대 편집주간은 국형태 가천대 교수가, 3대는 현재의 김상욱 교수(부산대)가 올해 1월부터 맡아 이끌고 있다.

[인터뷰] 김상욱 크로스로드 편집주간

‘최근 과학문화 활동은 대부분 크로스로드에서 7,8년전 시작했던 것’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학과 교수.  ⓒ 김상욱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학과 교수. ⓒ 김상욱

크로스로드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김상욱 교수(45•부산대 물리교육학과•사진)는 “창립 멤버의 한 사람으로 당시 ‘통섭’이란 책이 나오고 ‘융합’ ‘소통’ 등이 막 떠오르기 시작할 때 크로스로드가 첫걸음을 떼었다”며 “이제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과학 문화 활동은 거의 모두 크로스로드에서 7,8년 전부터 시작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처음 시작할 때 책임을 맡았던 사람들이 매우 고생했다”며 “초대 편집주간 정재승 교수가 아니었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고, 2대 편집주간 국형태 교수가 아니었으면 오늘의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과학에 대한 세상의 인식이 많이 바꾸었고, 학제 간 소통은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에 크로스로드가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변화된 환경에서 다시 새로운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크로스로드가 되겠습니다.”

김 교수는 양자과학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과학을 쉽게 이해시키는 게 나의 평소 목표”라는 그는 ‘영화는 좋은데 과학은 싫다고?’라는 대중과학서적을 펴냈다. 국제신문, 국민일보 등에 과학칼럼을 연재하는 등 과학대중화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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