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독일 막스플랑크재단을 들여다보면...

[ET단상]독일 막스플랑크재단을 들여다보면...

 독일 막스플랑크재단이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1911년 1월 11일, 막스플랑크재단의 전신인 카이저윌헬름재단이 독일 과학계를 선도하겠다는 신념으로 설립되어,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연구기관으로 자리잡은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제2차세계대전 이후 막스플랑크재단으로 이름을 바꾸며, 설립 초기부터 기초과학에 대한 막대한 지원으로 지금까지 32명의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적 권위의 수상자를 대거 배출한 막스플랑크재단이지만, 설립 목적이 상을 받자는 데 있지 않다.

 세계를 선도하는 산업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기초 과학을 선도해야 한다는 강한 확신이 과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어진 것이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독일이 패배한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도 계속됐다. 사회 전반적으로 국가경제의 신성장동력은 바로 기초과학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근대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막스플랑크는 기술응용에는 지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창한 것이 독일 사회에 큰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현재 막스플랑크재단은 79개의 연구소와 273명의 연구소장, 그리고 연구인력만 1만7000여명에 이르며 이 중 약 4000여명은 방문과학자들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초과학중심 연구소인 막스플랑크재단의 구조와 운영방식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이 한국 과학계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란게 필자의 생각이다.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 중요한 의결사항은 반드시 평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평의회의 임원은 독일의 정재계, 과학계, 방송계 등을 대표하는 인물로 구성된다. 매우 까다롭고도 엄격한 검토를 거쳐 선출되는 임원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개방적이며 과학에 관심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국가의 안녕을 최우선시 한다.

 그리고, 79개의 막스플랑크재단 산하 연구소들은 각각의 독립성을 보장받고 독일 전역에 흩어져 있으나 유수 대학 및 견실한 산업단지 인근에 모여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막스플랑크재단은 화학-물리-기술 분과, 생물학-의학 분과 그리고 인문과학 분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각 분과의 주요한 책무 중의 하나는 새로운 소장을 선임하는 것이다. 이들 소장들에 의해 많은 것이 좌지우지 되므로 엄중한 심사를 거친다. 나이나 경력보다는 학술적인 업적의 우수성이 반드시 입증된 사람들이 소장의 자격을 갖는다.

 소장선임위원회는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유수의 석학들로부터 의견을 구함으로서 역량 높은 소장을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선출된 소장은 연구주제의 선택을 포함한 많은 것들에 대해 완전한 독립성을 갖게 된다. 각 분과는 신규 막스플랑크연구소 설립 제안에 대해 승인 가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머지 않은 장래에 한국 또한 통일이 될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새 세상을 찾아 남쪽으로 이주하여 대학을 가고 고등교육을 받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이 때를 대비하여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지방으로 분산된 교육〃과학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사회 전반에 걸쳐 공감대를 형성하고, 중앙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최상의 연구결과를 도출할 연구환경의 기반이 지방에서 자리잡아야 한다. 이것이 기초과학강국이 되기 위해 한국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다.

 피터 풀데 아태이론물리연구센터 소장(막스플랑크복잡계연구소 명예소장,포스텍 물리학과 석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