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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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속으로 들어가는 나의 길
책을 열고 덮을 때마다 함께 움직이는 무지개, “태양 속에서 100만년을 버틴 끝에 지구를 향해 8분의 여행을 하고 소멸”하는 “빛알” 그리고 지상의 온갖 빛과 함께 『빛의 핵심』을 여행하며 나는 ‘아아!’와 ‘아자!’를 셀 수 없이 뱉었다. ‘아아!’는 아직 가르치거나 표현하기 어려우니 ‘안다’고 하기에는 완전하지 못한 내 지식에 충격을 주는 것이었고 ‘아자!’는 가고자 하는 길에 흔들리지 않는 힘을 주는 격려였다.
동생이 꿈꾸는 말도 안 되는 세상
드디어 나는 전자기학 EXPERT가 되었다. 지난 학기 내내 공부한 나에게 전자기학 전문가라며 인정을 해 준 것이다. 주말에 집에 올 때마다 동생은 “왜 내 방에서 공부를 하냐고. 형방에서 공부해. 그리고 밤에 불 좀 끄고 공부할 수는 없어? 내가 형이었어야 하는데.” 책이며 프린트가 널려있는 내 방을 뒤로하고 동생 책상을 꿰차고 늦게까지 공부를 하면 동생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불 좀 끄고 공부하라고? 형이었어야 한다고?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보면 나의 스탠드에서 출발한 빛의 스펙트럼은 일부가 반사되어 눈에 들어온다. 눈에 들어온 빛이 각막과 눈동자를 통과하고 수정체를 지나면서 밤에는 빛에 민감한 원추세포가 대신해서 빛을 감지하고 시각세포는 전기적인 신호들을 뇌로 전달한다. 이런 과정이 공부라는 이름이다. 그런데 불을 끄고 공부하라니. “오늘날 사람의 눈은 가시광선만을 볼 수 있지만 과학자들이 발명한 다양한 과학적 도구는 인간에게 전자기파 전체를 측정하고 이를 사용할 능력”을 주고 있는데 깜깜함 속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눈을 발명한다면 그건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동생은 나의 형이 될 수 없다. 빛의 속도는 세상의 무엇보다 빠르며 시간의 흐름은 빛의 흐름이다. 이 말은 “어떤 물체도 진공에서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생이 빛보다 빠를 수 있다면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고 혹시 내 형이 될 기회도 생길지도 모르나 지금은 어림없다.
내가 공부하는 전자기학에 대해 설명을 좀 하려고 Maxwell을 발음이라도 하면 베개만 들고 방을 나간다. 맥스웰은 영국의 물리학자로 최초로 빛에 대해 체계적인 설명을 하였다. 전기학과 자기학을 완성하고 전자기파를 이론적으로 예측하여 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임을 밝혔다. 내가 생각하는 맥스웰은 하늘의 아름다운 모든 빛을 지상의 빛으로 끌어내린 사람이다. 맥스웰의 업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5G와 관련된 전자기파는 “맥스웰이 전기와 자기에 관한 이론을 통합한 후 예측한 파동으로서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횡파”이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인터넷 기반의 세상이 지속될 것이다. 맥스웰도 자신의 업적으로 이런 세상이 왔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과학자들의 열정과 활약
엄마는 영화 얘기만 나오면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영화에서도 이미 사라지고 없는 아스가르드와 그 곳을 지키는 헤임달에 대해서 장황하게 표현하신다. 엄마의 장황한 설명과 표현을 정리해 보면 아스가르드로 들어가는 유리로 된 무지개 길이 황홀했다는 것과 묠리르(망치이름)를 이용하여 공간 이동을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감동을 주는 거기, 아스가르드는 육각형 기둥들이 유리로 둘러쳐져 있고 이 육각형의 유리는 바로 천연 프리즘의 역할을 해서 햇빛을 무지갯빛으로 분리하여 헤임달이 지키는 다리는 무지개 현상이 나타난다. 설명을 해도 과학적인 이론에 의한 현상은 엄마에게 감동을 뺏어가지 못했다.
글쓴이가 전해주는 “채운”은 처음 들어 본 말이다. 구름 속의 무지개 사진 역시 처음 보는 무지개이다. 내가 본 것들은 비 온 뒤 맑은 하늘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채운은 구름을 이루는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가 부딪힌 빛의 회절현상으로 빛의 파장에 의존하기 때문에 색깔에 따라 햇빛의 퍼지는 각도가 달라지고 이로 인해 생긴다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채운을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두 아들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것을 즐기고 그곳에서도 빛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어두운 구름 속에서 빛나는 채운을 닮았고 그것은 신화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무지개 다리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것이라고.
묠리르는 “구름과 지상 사이에 수천만 볼트 이상의 엄청난 전압을 형성”하고 “전류가 통할 수 있는 전도성 채널이 만들어지면 이 길을 통해 구름 내 축적된 전하가 한꺼번에 방전되면서 순식간에 거대한 전류”가 흐르는 번개를 불러올 수 있으며 이 번개가 길이 되어 토르는 이 길을 타고 이동을 한다. 번개는 지구상에서 1초에 40여회 이상, 1년에 10억 번 이상 발생한다고 하는데 연구가들은 번개가 전기 현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연구를 하고 있지만 어떤 경로를 거쳐 형성되는지는 아직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글쓴이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간직하며 세계 곳곳에서 자연 현상의 근원을 파헤치는 과학자들을 응원”한다고 하였다. 나는 글쓴이의 응원을 받아 묠리르 없이도 그 길을 알아가는 미래 과학자가 될 것이다.
버려지는 자연 에너지를 쓸 만한 에너지로
내가 과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2017년 플로리다를 덮친 허리케인 ‘어마’를 피해 피란을 가던 사람들의 차량 행렬을 본 이후이다. 허리케인이 가진 바람의 에너지를 전기로 만들어서 사용하면 자연 재해와 에너지 위기를 벗어나는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바람은 지구 전체적으로 열을 옮기고 온도의 편차를 줄여서 생명체가 번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한다. 태풍과 같은 강한 바람도 바다 저층까지 들어가서 해수 전체를 섞어 바닷물을 정화 시키고 산소를 공급하여 바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한다. “열대 지방의 따뜻한 바닷물이 수증기로 바뀌며 품은 잠열(숨은열)을 가지고 올라간 습한 공기는 차가운 상층부에서 다시 물방울로 응결되면서 막대한 잠열을 내어 놓는데” 이 거대한 에너지가 바로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엄청난 위력과 파괴력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온난화로 인해 만들어진 지구의 에너지는 “형태만 바꿀 뿐 사라지지 않아서” 파괴력을 가진 자연 재해가 되었고 그 숫자와 위력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파괴적 분출물을 뿜는 폭발과 흘러넘치는 용암”을 소유한 화산도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현상”임에 틀림없으나 그리고 그것들의 힘이 줄어들도록 전 인류가 힘을 합쳐서 지구 생태계를 되살려야 할 때이나, 나의 상상력은 자연의 힘을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지구의 평형을 맞추는데 기여하는데 있다.
재생에너지의 활용은 지금 주로 사용하는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비싸다고 하는데 화석에너지의 사용은 더더욱 파괴력을 지닌 자연 재해를 만들 것이다. 함께 과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내 얘기를 하며 약간의 방법을 제시하면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를 했을 때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하면 과학자보다 소설가가 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자연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미래의 쓸 만한 에너지로 준비 중인 나는 “버려지는 에너지를 유용한 에너지로 바꾸는 것은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라는 글쓴이의 말에 힘을 얻는다.
빛을 함께 바라보며
빛은 무엇인가? 이 책을 통해 “태초에 빛이 있었다.”라는 말이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내가 『빛의 핵심』을 통해 발견한 빛은 곧 세상이며 우주이고 과학과 사회, 자연과 사람을 엮어주는 구슬을 꿰는 끈이라는 것을 알았다.
LA천문대에 가서 침 흘리며 보았던 별을 눈으로 보게 해주는 망원경, 동생의 온갖 말도 안 되는 실험과 음식 만들기를 찍어서 유튜브에 올릴 수 있게 해 주는 핸드폰과 인터넷 등 눈에 보이는 빛을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로 바꾸는 많은 현상들을 함께 얘기하고 싶어서 기숙사로 돌아가는 저녁에 『빛의 핵심』을 동생의 깨끗한 책상 위에 얹어 놓았다. 그리고 “동생아 미안해. 네 덕분에 전자기학 EXPERT가 되었어. 물리를 공부하는 너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쪽지를 남겼다. 창문에는 동생이 수학 대회에서 만들었던 보로노이 빛상자가 아름답게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