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수년간 공들인 사업 세종시로 다 뺏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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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몰아주기’에 들끓는 대구·경북
“이명박 정권에 뒤통수 맞지 말고 지금이라도 시장, 국회의원, 시민 모두가 나서 움직여야 한다. 눈치 보며 후회하지 말자.”
최근 경북 김천시가 유치에 공을 들여온 롯데 맥주공장이 세종시로 갈지도 모른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 <김천인터넷신문> 누리집에 올린 지역민의 댓글이다.
한나라당의 텃밭 대구·경북이 정부의 행정도시 수정안의 유탄을 맞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행정도시 자족기능 확충방안에 포함된 국가산업단지 조성,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연구소 및 중이온가속기 유치 등 주요 방안이 대구·경북의 주요 사업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에서 수년간 공들여온 사업들도 국무총리실 세종시기획단의 계획에 따라 하루아침에 행정도시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불과 두달 전인 9월28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받은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와 포항 블루밸리, 구미 하이테크밸리 등 3곳은 세종시의 국가산업단지에 밀려 ‘껍데기’가 될 신세다. 경북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비슷한 시기에 조성될 세종시 국가산업단지에 각종 세금·보조금 혜택을 주고 저가로 분양하면 대구·경북 국가산업단지에 올 기업이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대구 신서 혁신도시 안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해 대구를 먹여살리겠다는 꿈도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미국 투자회사를 앞세워 대구와 오송에 건설될 첨단의료복합단지를 합친 것보다 4배나 큰 의료과학그린시티의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포항에 본부를 둔 아태이론물리센터나, 포스텍과 경북도·포항시가 유치에 공을 들여온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를 세종시에 유치하겠다는 발표도 지역민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포항경실련 이재형 사무국장은 “애초 행정도시의 건설 목적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것인데 이 정부의 수정안은 다른 지역의 사업들을 모조리 세종시에 쏟아붓겠다는 이야기 같다”며 분개했다. 구미 풀뿌리희망연대도 25일 성명을 내어 “수도권 규제 완화에 뒤이은 세종시의 기업중심도시로의 변경은 결국 수도권만을 위한 백년대계”라고 비난했다. 23일 대구시 의회에 이어 25일에는 구미시 의회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철우·유승민·이한구 의원 등 이 지역 출신 의원들도 잇따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세종시 수정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 주호영 특임장관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구·경북이 결코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며 불끄기에 나섰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집행위원장은 “대구·경북 주민들은 약속을 지키는 이를 좋아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지역에 대한 신뢰를 내팽개치고 있다”며 “수십년 동안 한나라당의 버팀목이었던 이 지역에서 ‘이명박 정권은 강남 정권이지 영남 정권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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