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기고/김승환]과학산업도시, 獨드레스덴서 배우자
페이지 정보
본문
독일 동부의 경제 문화 정치 중심지이던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대규모 폭격으로 초토화됐고 동독 40년간 경제 산업적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20년 전 독일 통일 후 독일의 실리콘밸리이자 유럽의 대표적 과학비즈니스도시로 극적으로 회생했다. 대학과 산업이 붕괴하고 사람이 떠나며 죽어가던 도시가 주민 1인당 평균 소득 3만 유로가 넘는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도시로 반전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독일 통일 과정의 가장 성공적 모델이라는 드레스덴의 도시 재건은 기초과학과 비즈니스단지 구축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라는 ‘드레스덴 시스템’ 때문에 가능했다. 죽은 도시 살리기는 세계 최고의 기초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재단의 동진 정책이 시동을 걸었다. 통독 후 젊은 인재가 떠나던 드레스덴에 막스플랑크연구소 3개가 잇따라 설립됐고 응용연구 기반의 프라운호퍼재단과 라이프니츠재단 소속 연구소가 뒤를 따랐다. 현재 드레스덴에서는 첨단연구소 14개가 독일 최고, 최대의 드레스덴공대 및 10여 개 대학과 클러스터를 이루어 연구개발의 주축으로서 젊은 인재를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기초 및 응용연구 인프라 구축에 이어 1994년 지멘스가 독일 처음으로 사이언스 파크를 드레스덴에 설립했고 여기에 인피니온 모토롤라 AMD 등 첨단 반도체 회사의 이전과 폴크스바겐 같은 글로벌 기업의 첨단 플랜트 유치가 이어졌다. 현재 드레스덴은 정보통신(IT) 부문 유럽 1위, 기계부품과 나노재료 부문 독일 1위의 강자로 성장했고 생명공학과 그린에너지 분야로도 연구개발 역량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특히 태양열에너지 분야는 반경 150km 내 지역 연구기관과 기업을 클러스터로 구축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로 떠올랐다.
드레스덴 시스템의 성공은 기초과학에서 시작해 응용연구소 설립, 사이언스 파크와 연계된 첨단 벤처 및 기업 유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구축에 기인한다. 이 시스템은 도시의 경제 성장과 고급 인재 유치를 가져온 모범 사례로서 독일 전역으로 확산됐다. 드레스덴은 오랜 전통의 역사도시이자 문화 예술 관광 자원이 풍부한 동서유럽의 교차로이다. 작년 성황리에 내한공연을 가졌던 드레스덴 필하모니와 올해 말 내한 예정인 소년소녀합창단도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이 도시의 문화예술 인프라에 기초과학 고등교육 연구개발 비즈니스가 접목되어 세계적 도시 경쟁력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과학과 비즈니스를 연계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드레스덴 경험의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이 사업은 2015년까지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과 첨단 연구장비에 최고 3조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의 유일한 자원보고인 우수한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속되는 노령화와 저출산 시대에 무려 13만 명이 넘는 유학생이 해외로 유출돼 불균형을 해소할 고급인력의 대규모 유치로 물꼬를 바꿔야 한다.
젊은 인재는 자신의 창의역량을 최대한 계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모인다. 우수한 인재가 국내에서 자유롭게 도전적인 연구에 몰입하도록 새로운 형태의 보금자리를 제공해주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드레스덴의 기적처럼 과학과 비즈니스를 연계하는 이상적인 클러스터를 국내에 만들어 기초과학에서 시작하여 응용개발 연구와 신산업, 비즈니스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가동되는 모범사례를 기대한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관련링크
Comments list
There are no registered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