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기고] 과학인재 모셔와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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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과학계와 정부는 세계적 과학자를 유치하려는 세계 수준 연구중심대학(WCU) 사업과 세계적 연구소 유치 사업 등을 통해 대학과 연구소 시스템을 글로벌화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미 한국 과학계와 전 세계는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글로벌화 과정은 일방통행에 머무르고 있다.
한 예로 한국인 13만여 명이 외국에서 유학 중이나 이에 상응하는 유학생이 한국으로 오지는 않는다. 특히 외국 고급인력을 한국에 유치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과제다.
과연 한국이 이러한 불균형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사실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인 출생률 때문에 노동시장, 고등 교육, 의료 분야, 은퇴 후 계획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수많은 문제가 초래될 전망이다. 이미 한국보다 훨씬 앞서 저출산 문제를 겪은 유럽 국가들은 이 점에서 좋은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국가의 귀중한 인력자원이 외국으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고 오히려 우수 인재를 국내로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명백한 사실은 젊은 인재들이 자기 역량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는 곳에 끌린다는 것이다.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는 재정 지원보다는 자기 재능을 발전시키고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최첨단 연구가 진행되는 연구 환경을 찾아간다. 국제적으로 선두 자리는 늘 경쟁이 치열하므로 젊은 인재들은 세계의 중심에서 연구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이 한국의 두뇌유출을 막고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최선의 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외국 과학자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이를 한국 내에 확산시키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특히 외국 방문자들을 대규모로 국내로 유치하는 게스트 프로그램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WCU 사업은 한국 과학계의 획기적인 변화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하여 젊은 인재들이 일정 기간 스스로 책임지는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간이 한국에 조성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연구 완료 후 이들은 한국 공공연구기관에서 일하거나 학계에서 진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는 곳 중 하나가 포항에 자리하고 있는 아ㆍ태이론물리센터(APCTP)다. 아태 권역 13개 회원국을 둔 이 센터는 2008년부터 막스플랑크재단, 교육과학기술부, 지자체, 포스텍과 공동으로 주니어리서치그룹 (JRG)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젊은 그룹 리더는 치열한 경쟁과 국제선정위원회의 엄격한 선정 과정을 거쳐 선출되며, 박사 후 연구원, 박사과정 학생, 방문자로 이루어진 소규모 다국적 팀을 5년간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바로 이 젊은 연구자 그룹에서 놀라운 독창성이 발휘되며 미해결 문제에 접근하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도출된다. JRG는 마치 자석같이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기능을 통해 국내 과학 연구 수준과 환경 제고에 공헌할 수 있다.
한국이 정부, 외국 기관, 국내 대학연구소의 공동 참여를 통해 새로운 젊은 과학자 육성 시스템을 과학계 전반에 확대한다면 수년 내에 아ㆍ태 지역 젊은 연구원이 우수한 환경을 찾아 한국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이 지역 젊은 과학자들이 박사 이후에 미국 또는 유럽으로 나가 경험을 쌓을 필요가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세계 과학 활동의 미래 중심도 아ㆍ태 지역으로 옮겨오게 될 것이다.
한국이 이 문제에 대한 확고한 해결 의지를 가질 때 현재 세계 경제 분야에서 관찰되는 거대한 패러다임 이동이 과학 분야에서도 역시 재현되리라 생각한다.
[피터 풀데 아ㆍ태이론물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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