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s

    Books

    APCTP 2018 올해의 과학도서

    Page Information

    profile_image
    작성자 Research Suppor…
    comment 0  View 1,133회 Date 22-12-28 15:01

    Text

    APCTP 2018 올해의 과학도서

      고급 과학콘텐츠 창출 및 보급, 과학문화 확산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올바른 과학적 세계관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에서는 과학자 및 과학도, 과학에 관심 있는 대중 모두가 과학적 사고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데 도움을 주고자 ‘2018 올해의 과학도서’를 선정했습니다.


    ffc55c416e327bf4a9d44c257b4e577b_1672207077_0129.jpg
     

      

    □ 선정위원 명단

    국형태(가천대학교 나노물리학과), 강양구(지식큐레이터), 송민령(KAIST 박사과정, 뇌과학자), 이성빈(KAIST 물리학과), 이은희(과학커뮤니케이터), 정인경(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 총    평 >

     나름대로 존재이유를 갖고 있는 수많은 도서 중에서 우수도서 몇 권만을 골라낸다는 것은 대체로 쉽지 않은 작업이다. 우수한 도서가 귀해서일 수도 있지만, 우수한 도서가 넘쳐날 때도 그렇다. 아태이론물리센터의 ‘올해의 과학도서’ 선정이 어려웠던 것은 후자의 이유였다. 풍성한 양서에 더해서 더욱 고무적인 것은, 1차 추천과정을 거쳐서 추천도서 목록에 오른 상위 50여 권의 저술 중에서 반 이상이 국내작가에 의한 저술이었다는 점이다. 해외작가의 우수한 저술이 여전히 많이 번역되고는 있지만, 국내 연구자나 과학저술가에 의한 저술이 꾸준히 늘고 있고, 그 수준에서도 해외 번역물들과 대등하게 평가된다는 점에서는 과학문화가 국내에서도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분야를 미리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저술들이 경합하였지만, 결과적으로 물리학과 관련된 도서가 다수 선정되었다. 물리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양자역학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재치 있게 풀어쓴 『김상욱의 양자 공부』, 현대물리학의 기이한 개념인 배타원리와 스핀을 과학자의 삶과 그들의 시대 이야기로 풀어낸 이강영의 스핀, 자연의 아름다움의 근원을 쫓는 예술과도 같은 과학 이야기인 프랭크 윌첵의 뷰티풀 퀘스천, 복잡한 세상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시각을 소개하는 존 밀러의 전체를 보는 방법은 전문적일 수밖에 없는 과학지식을 쉽게 풀어나간 점이 호평을 받았다.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는 최근 널리 알려진 유전자 가위 기술을 쉽게 설명한데 더해 합성생물학을 통해 현대 생명공학의 기술과 철학을 전망한 도서로, 이원영의 물속을 나는 새는 남극의 펭귄을 근접 관찰하면서 알려지지 않았던 생태를 발견하고 또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위험성을 잘 부각시킨 도서로 선정되었다. 박재용의 과학이라는 헛소리는 최근 횡행하는 과학 아닌 과학의 허구성을 시의 적절하게 비판한 점, 남궁석의 과학자가 되는 방법은 직업으로서 과학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현실에서 과학자의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얘기하는 드문 저술이라는 점에서 선정되었다. 김홍표의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은 노벨상 수상 과학자의 비범한 호기심을 기록하면서 모든 과학자의 본질을 명쾌하게 꿰뚫은 점, 20세기 과학기술과 대중문화의 접점을 살피면서 미래기술이 인간사회에 던지는 함의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김명진의 20세기 기술의 문화사는 진지한 과학기술사 저술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열 권의 ‘올해의 과학도서’들이, 아쉽게도 이번에 선정도서 목록에 이름이 오르지 못한, 다른 훌륭한 과학도서들에 대한 관심도 촉발하게 해줄 것을 기대한다.

    국 형 태 (가천대학교 나노물리학과 교수, 선정위원장)

    ○ 김상욱의 양자 공부

    김상욱 저 / 사이언스북스

     'I think, therefore I am.' 철학자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언이다. 과연 양자 역학에서도 이 말은 진실일까? 오며 가며 듣는 'Quantum'(양자)이라는, 매우 친근한 듯 친근하지 않은 이 단어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재미있게 어렵지만 어렵지만 웃음이 나오는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 바로 심오한 양자 역햑의 핵심 원리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시작된다.

     나는 생각하지만 존재하지 않을 지도…

    이 성 빈 (KAIST 물리학과 교수)

     

    ○ 전체를 보는 방법

    존 밀러 저 / 정형채, 최화정 역 / 에이도스

     영화 <레옹>에서 마틸다는 묻는다. “사는 게 원래 이렇게 힘든가요? 아님 어릴 때만 그래요?”라고. 이에 레옹은 “항상 힘들지”라고 대답한다. 이제 그 때의 레옹만큼 나이가 든 내게 어린 시절의 내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적어도 살아간다는 건 항상 어렵진 않아도, 점점 더 복잡해지긴 하더라고. 이런 복잡성의 증가는 우리네 인생 뿐 아니라 핵폭탄 내부의 중성자들부터 인터넷 네트워크, 날씨 패턴에 이르기까지지 미시적이거나 거시적인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인 대상에 상관없이 세상 모든 요소들에 적용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전체를 보는 법』은 그런 복잡함 속에서 적어도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는 항공지도가 되어준다. 서로 간의 상호작용과 집단 지성, 스케일링, 임계성과 네트워크의 형성, 소음과 이질성에 대한 허용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이정표로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복잡성이 넘쳐나는 세상일수록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힘주어 주장한다. 모두 같은 것만을 원하고 같은 방향으로만 달려간다면, 복잡성에 더해진 극단성은 쉽게 균형을 무너뜨려 공멸만을 가져올 뿐이기에. 

    이 은 희 (과학커뮤니케이터)

     

    ○ 스핀

    이강영  / 동아시아

     이강영은 과학계의 파워라이터다. 나는 그의 글쓰기를 좋아한다. 감성 충만한 디테일 때문이다. 물리학자가 과학사학자 못지않게 서사적인 글을 잘 쓴다. 『스핀』은 그 어려운 양자역학의 개념에 사람 냄새를 불어넣었다. ‘배타원리와 스핀’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왜 나왔는지를 살펴보는데 천재들의 삶은 물론 내면세계까지 파헤쳤다. 물리학 연구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강영의 의도는 적중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파울리의 괴팍함은 우아하게, 디랙의 수줍음은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보어, 파울리, 디랙, 하이젠베르크, 페르미가 거닐던 코펜하겐 거리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했다.

    정 인 경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교수)

     

    ○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송기원 저 / 사이언스북스

     지금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는 보통 사람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은 간혹 언론에 등장하는 ‘합성 생물학’이나 ‘유전자 가위’ 같은 알쏭달쏭한 용어로만 그 실상을 짐작할 뿐이다. 현장에서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일급의 과학자 가운데 한 명인 송기원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를 펴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송기원은 합성 생물학, 유전자 가위, 세포 치료제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금 생명과학의 현장에서 무슨 일이 진행 중인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오해는 마시길! 과학자가 알아서 할 테니 시민은 이 경이로운 일의 구경꾼이 되라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현대 생명과학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두루 살피면서 시민이 현대 과학기술의 주인이 되기를 촉구한다.

    교양 있는 시민이라면, 또 현대 생명과학의 가능성과 한계를 파악하고 싶은 이라면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는 최고의 입문서다. 

    강 양 구 (지식큐레이터)

     

    ○ 과학이라는 헛소리

    박재용 저 / Mid

     종교의 대치로 과학을 들먹이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편이지만, 적어도 어떤 면에서는 과학은 현대인에게 있어 일종의 종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과학의 종교화는 종교가 지닌 긍정적인 측면이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만을 복사해서 악용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과학이 아닌 유사과학이 과학의 탈을 쓰고 사람들을 속이고, 과학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극단적인 비과학주의로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이라는 헛소리』는 일종의 과학 전도서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이전에도 무수히 출간되었던-그렇지만 곧 사라졌던- 과학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사기와 허위, 다시 말해 유사과학의 민낯을 까발리는 책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 책만이 가지는 차별점은 분명하다. 외국이나 지난 세대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대와 공간에서 건져 올린 현실밀착적 소재들을 우리의 언어로 속속들이 파헤치며, 헛소문의 가면 뒤에 숨은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를 잡아내어 명백하게 보여준다는 것에서 말이다. 우리에겐 이제 우리만의 과학 안내서를 가질 때도 되었으니까.

    이 은 희 (과학커뮤니케이터)

     

    ○ 뷰티풀 퀘스천

    프랭크 윌첵 저 / 박병철 역 / 흐름출판

     프랭크 앤서니 윌첵,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확실한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가 바라보는 세상 아름다움의 과학. 수학과 과학의 어우름을 시작으로 자연의 대칭성이라는 시각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맥스웰 방정식의 대칭성, 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양자색역학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뷰티풀 퀘스천』에 빠져들어보자.

    이 성 빈 (KAIST 물리학과 교수)


    ○ 과학자가 되는 방법 

    남궁석 저 / 이김

     학생들에게서 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면 반갑고 응원하고 싶어지면서도 조심스럽다. 과학자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고 묻는 걸까? 많은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직업 안정성과 보수가 어떤지는 알고 있을까? 과학자와 과학 활동을 막연하게 아는 것은 일부 정책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대학원생들도 연구실 정하는 법, 논문 쓰는 법,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잘 모르곤 한다. 수십여 년 차 과학자인 저자가, 과학자가 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각 과정에서 무엇을 얻어야 하고 무엇이 어려운지 잘 알려준다. 오래 과학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해온 저자의 ‘덕력’이 녹아있어 재미도 있다. 과학자가 되려는 꿈나무들에게, 고민 많은 대학원생들에게, 과학·기술 정책가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송 민 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 20세기 기술의 문화사

    김명진 저 / 궁리출판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명진의 덕을 보았다. 그동안 그가 쓰고 번역한 글이나 책이 아니었다면 한국의 과학기술과 사회에 대한 고민의 수준은 턱없이 낮았으리라. 그가 대학에 몸담고 있지 않은 독립 연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더 그 가치가 도드라진다.

     더구나 김명진은 한국에서 드물게 냉전을 비롯한 20세기 역사와 과학기술의 관계를 세계적인 수준에서 고민해온 연구자이기도 하다. 핵, 우주 개발,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 지금 가장 주목받는 과학기술의 대다수가 20세기의 유산이라는 걸 염두에 두면 이런 접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핵, 우주 개발, 생명공학, 인공지능은 정치 경제, 대중문화와 어떻게 뒤얽히며 오늘의 꼴이 되었을까? 『20세기 기술의 문화사』를 보면 오늘을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강 양 구 (지식큐레이터)



    ○ 물속을 나는 새

    이원영 저 / 사이언스북스

    과학자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작업만 한다고들 생각하지만 많은 과학자가 로맨티스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과학자는 사랑하는 대상을 오래 바라보며 아름다움과 재미를 느낀다. 새를 연구해 온 저자가 남극에서 펭귄의 생태를 연구한 경험을 다감하게 풀어냈다. 가장 좋아하는 동물 1, 2순위를 다투는 펭귄, 낯선 남극에 대한 이야기도 신선하지만, 펭귄을 연구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관심에서 궁금함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내면을 따라가고, 질문을 체계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연구 대상에 애정을 느끼는 과학자의 심정에도 공감하게 될 것이다. 다리 짧은 펭귄과의 추격전, 돌아오지 않는 펭귄에 대한 걱정과 기다림, 저자가 구해준 펭귄과의 오랜 눈맞춤 같은 에피소드들도 일품이다. 

    송 민 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

    김홍표 저 / 위즈덤하우스

     언제부터 과학하면 노벨상이 되었나? 노벨상 빼고도 과학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고 많은데 한국의 과학계는 노벨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벨상은 어디서든 등장해서 우리의 열등감을 자극한다. 이런 답답한 가슴에 한 줄기 불어오는 바람처럼 상쾌한 책을 만났다. 노벨상을 이렇게 다룰 수 있구나! 김홍표의 책은 ‘노벨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과학의 목표가 노벨상이 아니라 탐구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모르는 것을 불편해하라,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고 의심해라. 노벨상을 가지고 이러한 과학적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저자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 내공 덕분일 것이다.

    정 인 경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