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CTP 2015 올해의 과학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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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아태이론물리센터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고급 과학콘텐츠 창출 및 보급, 과학문화 확산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올바른 과학적 세계관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태이론물리센터(APCTP)에서는 과학자 및 과학도, 과학에 관심 있는 대중들 모두가 과학적 사고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데 도움을 주고자 ‘2015년 올해의 과학도서’를 선정하였습니다.
고재현(한림대), 김동광(고려대), 김명남(과학번역가), 김영태(아주대), 김예지(마음산책출판사), 김웅서(한국해양연구원), 김정민(기술과가치 이사), 김항배(한양대), 문경수(과학탐험가), 방윤규(전남대), 백정숙(만화평론가), 서민(단국대), 신상진(한양대), 안상현(한국천문연구원), 윤신영(과학동아), 이명길(번역가), 이은희(과학칼럼니스트), 이정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현규(한양대), 이형열(과학커뮤니케이터), 전대호(과학번역가), 정경숙(세종대), 정우성(POSTECH), 정준호(굿네이버스), 정진수(충북대), 조정효(APCTP), 최낙언(시아스연구소 이사), 최무영(서울대), 한정규(서울대)
□ 선정위원 명단
김상욱(부산대 물리교육과), 이강영(경상대 물리교육과), 이명현(과학저술가), 강양구(프레시안), 손승우(한양대학교 응용물리학과)
< 총 평 >
김 상 욱(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양자우연성 <니콜라스지생> 저 / <이해웅 외> 역 / 승산 이 책의 저자 니콜라스 지생은 양자물리학 분야에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학자의 한 사람이다. 이 분야에 노벨상이 주어진다면 수상자리스트에 이름이 나와도 놀랍지 않다는 뜻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특별하다. 양자정보분야의 최신 동향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는 책이다. 저자가 재미보다는 정확히 쓰려고 노력했기에, 독자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양자역학이란 것이 워낙 미묘해서 어디까지가 인정받는 견해인지 모호할 때가 많다. 여기 나오는 내용이 학계가 인정하는 가장 권위 있는 관점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어렵지만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김상욱(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공기의 연금술 <토머스 에이거> 저 / <홍경탁> 역 / 반니 한마디로 재미있다. 정말 웬만한 소설보다 재미있다. 우리 몸은 질소를 필요로 한다. 당신 몸을 이루고 있는 질소의 절반은 하버-보슈 공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공정이 없었다면 세상에는 20억 명의 인간을 제외하고는 다 없어져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공정을 만든 하버와 보슈에 대한 이야기다. 화학공학이라는 분야가 만들어지는 흥미진진한 역사를 읽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20세기 광기의 독일현대사 속에서 부유하는 인간들을 만나게 된다. 놓치면 후회할 올해의 책이다. 김상욱(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스반테페보> 저 / <김명주> 역 / 부키 가끔 고등학생을 상대로 과학 강연을 가면 질의응답 시간에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우리 몸속에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르고 있나요?” 그때마다 고인류학 전문가도 아니면서 어쭙잖은 지식으로 답하곤 했었다.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별도의 진화 과정을 거친 다른 종이다 등. 사실 최근까지도 인류의 기원에 대한 과학 지식은 아프리카 기원설(혹은 완전 대체론)이 유력했다. 10만 년에서 6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호모 사피엔스가 유라시아로 확산되었고, 그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기존의 종들이 절멸되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화석에서 직접 추출한 DNA 연구가 뒷받침함으로써 더욱더 힘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인류의 기원을 둘러싼 과학 연구를 둘러싼 커다란 지각 변동이 진행 중이다. 결정타는 그간 인류와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우리 몸속에 들어있다는 사실이 2010년에 확인된 것이다. 심지어 유럽인의 몸속에는 약 4% 정도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것이 인류의 기원에 말해주는 바는 무엇인가? 스반테 페보의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는 바로 이 극적인 지각변동의 한 중심에 선 과학자의 생생한 회고이다. 페보는 고대 DNA 연구를 이끌고 있는 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바로 1997년 네안데르탈인과 인류가 다른 종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당사자다. 하지만 그는 2010년에 다시 인류의 몸속에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책에서 페보는 이 모든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새롭게 떠오른 고대 DNA 연구를 둘러싼 과학자 간의 협력과 경쟁 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쟁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마침 비슷한 시점에 나온 고인류학자 이상희의 <인류의 기원>(사이언스북스 펴냄)과 같이 읽으면 더욱더 금상첨화다. 강양구(프레시안 기자)
○급진 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 <힐러리 로즈 외> 저 / <김명진 외> 역 / 바다출판사 힐러리 로즈, 스티븐 로즈 부부는 1969년 <과학과 사회(Science and Society)>를 펴내며 전쟁, 빈곤, 차별, 대량 학살, 환경오염 등을 낳은 과학기술을 비판하는 ‘급진 과학 운동’의 태동을 알린 이들이다. <급진 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는 바로 이들이 80 평생을 정리하면서 유전자, 세포, 뇌로 요약되는 현대 생물학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전망을 담은 책이다. 제목처럼 현대 생명과학의 거의 모든 부분을 다루는 로즈 부부의 이 책은 20세기 후반 생명과학의 역사를 한 눈에 조망하는 (자전적 경험이 녹아들어간) 훌륭한 역사책이다. 또 후성유전학, 재생의학, 신경과학 심지어 '바이오뱅크'로 상징되는 생물 정보 산업이나 '바이오 신약'으로 대표되는 제약 산업의 현황까지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이슈 리포트이다. 반골 지식인이면서도 학계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로즈 부부의 독특한 이력 탓에 생명과학계의 온갖 뒷담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리처드 도킨스도 그 주인공 가운데 하나다.) 진화 심리학이나 도킨스류의 책에 질린 독자라면, 특히 현대 생명과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가지고 싶은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현대 생명과학을 "누가 통제하고" 또 그것을 통해서 "누가 이익을 보는지" 묻고 "과학의 민주적 책무"를 강조하는 로즈 부부 같은 이들의 책이 외면당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강양구(프레시안 기자)
○세상물정의 물리학 <김범준> 저 / 동아시아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는 사소한 일들도 꼼꼼히 따지고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물리학자임이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자타공인 한국 대표 통계물리학자인 저자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물리학적 모델링을 통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사회의 이치, “세상물정”을 밝히고자 한다. 이 책에는 의사결정 과정이 나오고, 전염병의 창궐이 나오고, 불편한 지역감정이 나온다. 영화와 상품 대흥행의 비법과 집단지성의 효용, 유명인의 사회적 영향력 분석이 나온다. 또한, 궁금하긴 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봐야할지 모를, 성씨의 분포와 이름의 유행, 윷놀이의 필승법,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보통 이런 것들을 모두 다룬 책은 사이비이거나 엉터리 주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하나하나의 주제에서 각 현상의 핵심을 파악하고, 통계물리학적 모델링과 관련 데이터를 이용한 과학적 분석을 하여, 그 결과의 사회적 의미를 음미하고, 통찰을 제시한다. 세상에 이런 과학은 없다고(?)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없었다’가 맞다. 최근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서로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다. 이 책의 저자도 그 필두에 있다. 저자의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순수한 열정,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통찰이 있기에 이런 글이 가능하다 확신한다. 이 책은 분명 세상을 더 재미있게 보게 하고, 풍요롭게 해석하게 하며, 때로는 세상에 예리한 비판적 의견을 던지게 한다. 과학을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러한 책이 나올 수 있음이 감사하다. 손승우(한양대학교 응용물리학화 조교수)
○생명의 수학 <이언 스튜어트> 저 / <안지민> 역 / 사이언스북스 노련한 대중과학저술가인 이언 스튜어트는 그의 책 [생명의 수학]에서 결코 가까울 것 같지 않은 수학과 생물학의 관계를 생물학 발전의 역사와 그 시기마다의 중요했던 수학적 해결 사례들을 풍부하게 제시하며 풀어나간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제시한 대로, 현미경의 발명, 생명체의 계통 분류, 진화 이론의 등장, 유전자의 발견, 그리고 DNA 구조 규명이라는 다섯 가지 사건은 ‘인류가 생명을 이해하는 관점’이 바뀌는 대전환점이 되었다. 이러한 생물학 발전의 역사를 술술 풀어가는 이 책은 재미있는 생물학 역사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생물학 역사의 순간순간에서 피보나치수열과 루카수열, 황금비를 이야기하고, 지수 증가와 확률을 이야기하고, 바이러스 타일링 이론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말하듯, “생물학의 새로운 발견이 어떻게 새로운 질문을 낳고, 수학자들이 낸 답으로 오늘날 생물학자가 수학을 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호지킨-헉슬리 모델로 대표는 뇌신경 과학의 수리생물학적 모델, DNA 고리와 단백질 접힘의 매듭이론, 튜링 패턴의 비선형 방정식, 진화적 게임 이론, 생명체에서 보이는 네트워크 이론, 개체 수에서 보이는 카오스 이론, 생명의 게임으로 대표되는 세포 자동 장치 등 생물학에서 이룬 최신 수학의 성과들이 자세한 참고문헌과 함께 제시된다. 이언 스튜어트는 이 책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수학은 생물학에서 수학적 사고와 그 기법의 활용으로 생물학 분야를 확장하고 추상화하여 생명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게 하는 생물학 발전 그 여섯 번째 혁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수학 계몽서이다. 최근의 수리생물학과 복잡계 과학의 주요 주제들을 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지구의 생명에서 끝나지 않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도 논의한다. 손승우(한양대학교 응용물리학화 조교수)
○인터스텔라의 과학 <킵손> 저, <전대호> 역 / 까치글방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이었던 킵 손의 말에 의하면 이 영화는 스토리를 보여 주기 위해 과학 자문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과학을 구현하기 위해서 스토리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한다. 킵 손이 과학책을 쓰는 능력은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놀란다. 놀라는 지점은 두 가지다. 아니 이런 이야기까지? 하는 것과 아니 이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다. 이런 전문적인 이야기를 이만큼 자세히 할 수 있다니, 킵 손은 정말 대단하다. 이 책을 읽기 위해 반드시 영화를 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면 이 책이 정말로 영화의 아주 세부적인 데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데 더욱 놀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이강영(경상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 이론 강의 <이종필> 저 / 동아시아 이 책은 세 가지 다른 면에서 읽을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제목에서 당장 눈에 띄는 대로 상대성 이론의 기초를 알아보는 책으로, 두 번째로는 샐러리맨 아인슈타인 되기 프로젝트라는, 전무후무한 성인 과학강의의 기록으로. 세 번째는? 글쎄, 세 번째로는 고등학교 수학 공부 참고서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은 농담이지만, 이 책의 내용은 정말로 위의 세 가지를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두 번째는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야기다. 물론 이 책의 본령은 첫 번째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보통 사람들이 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고,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이 책을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을 하나하나 써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아마도 다른 데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을 분명 얻을 수 있을 테니. 이강영(경상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비숲 <김산하>저 / 사이언스 북스 김산하 박사는 비숲으로 떠나기 전부터 비숲에 살았었노라 고백했다. 결국 그는 비숲으로 갔고 비숲에서 진짜로 살았으며 비숲으로부터 집으로 돌아와서 이 책 <비숲>을 썼다. <비숲>을 읽으면 당신은 김산하와 함께 밀림을 여행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될 것이다. 착각은 금새 증강현실이 되어 당신을 책속으로 잡아끌 것이다. <비숲>은 말하자면 이런 마법을 간직한 판타스틱한 책이다. 이명현(세티코리아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박진영의 공룡열전 <박진영>저 / 뿌리와이파리 공룡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을 지니고 있는 박진영이 펼쳐놓는 여섯 마리 공룡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박진영의 공룡열전>이다. 공룡에 대해서 무지하지만 궁금한 사람, 공룡에 대해서 뭘 좀 알지만 더 알고 싶은 사람, 공룡에 대해서 잘 안다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 <박진영의 공룡 열전>은 이 모두를 위한 공룡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은 ‘공룡’ 그 자체다. 박진영이 직접 그린 공룡 그림은 덤.
이명현(세티코리아 조직위원회 사무국장)